- 120만 명 '돈 떼일라' 공포 확산... MG손보 청산 초읽기 돌입
심각한 재정난을 겪어온 MG손해보험이 결국 문을 닫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에 대해 청산 절차를 밟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 보험사에 가입된 120만 명이 넘는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비록 소형 보험사로 분류되지만, 상당수의 국민이 실손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 필수적인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있어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MG손해보험의 재무 상태는 이미 회생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가장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4.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회사가 이를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00%는 물론, 최소 규제 기준인 100%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잠재적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지난 3월 최종 무산되면서 청산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되었다.문제는 MG손보에 가입된 124만여 명의 계약자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개인 고객으로, 갑작스러운 보험사의 폐업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험 계약자는 해약환급금을 기준으로 1인당 최고 5천만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보험 계약을 해지했을 때 돌려받는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어서, 납입한 보험료 총액이나 향후 받게 될 보험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장기간 보험을 유지했지만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순수보장성 보험 가입자들의 경우 5천만 원 보호 기준이 무의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G손해보험 가입자단체 대표는 "해지환급금이 있는 사람들은 예금자 보호를 받지만, 저처럼 해지환급금이 0원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막막하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금융당국은 가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교 보험사(Bridge Bank)'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예금보험공사가 임시로 보험사를 설립하여 MG손보의 모든 보험 계약과 자산을 포괄적으로 인수한 뒤, 이 계약들을 최종적으로 인수할 다른 보험사를 찾을 때까지 임시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교 보험사 설립이 검토 중인 여러 방안 중 하나임을 언급하며 가입자 보호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론적으로는 가교 보험사를 통해 계약이 다른 보험사로 이전되면 가입자들은 기존 계약 내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인수자를 기한 내에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이 과정에서 계약 조건의 일부 변경 가능성 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가입자 보호와는 별개로, MG손보 임직원 6백여 명의 고용 문제도 큰 숙제로 남아있다. 가교 보험사가 설립되더라도 이는 임시적인 성격이 강하며, 계약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승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대다수 직원은 고용 불안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MG손보 노동조합은 금융당국의 청산 방침과 가교 보험사 설립 계획에 반발하며 내일(13일) 대규모 반대 집회를 예고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금융위원회는 14일 정례회의를 열어 MG손보에 대한 부실 결정 및 가교 보험사 설립 안건을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 사태는 부실 보험사 처리 과정에서 가입자 보호와 임직원 고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금융당국의 정책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들은 금융당국의 향후 조치를 예의주시하며 자신의 보험 계약이 어떻게 처리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오후 2시만 기다려라! 쿠팡 '선착순 초특가' 놓치면 1년 후회한다
쿠팡이 5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선다. 쿠팡은 오는 20일까지 '가전디지털 세일(쿠가세)'을 진행하며 다양한 가전·디지털 상품을 최대 80%까지 파격 할인한다고 발표했다.이번 '쿠가세'는 기존에 진행해오던 '파워풀위크'를 한층 더 확대 개편한 행사로, 올해 처음 선보이는 대형 프로모션이다. 쿠팡 측은 연중 5월과 11월, 일 년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을 비롯한 100개 이상의 국내외 유명 브랜드가 대거 참여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행사의 핵심 프로그램으로는 매일 오후 2시에 진행되는 '선착순 초특가' 코너가 있다. 이 코너에서는 하루 4~6종의 인기 상품을 한정된 수량으로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특히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이벤트로, 오는 15일, 19일, 20일 오후 2시에는 선착순 초특가 코너를 통해 100원짜리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예상된다.또한 매일 밤 11시에는 '나이트딜'을 진행하여 야간 쇼핑족들을 위한 특별 할인 혜택도 마련했다. 이 외에도 쿠팡은 신규 상품 특가전과 쿠가세 테마관 등을 통해 다양한 쇼핑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쿠팡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구매 고객들을 위한 추가 이벤트도 준비했다. 쿠가세 상품을 1개 이상 구매한 와우회원 중 2,000명을 추첨하여 쿠팡이츠 5,000원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이는 가전·디지털 제품 구매와 함께 식품 배달 서비스까지 연계하는 쿠팡의 플랫폼 시너지 전략으로 볼 수 있다.최근 고물가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쿠팡의 이번 대규모 할인 행사는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전망이다. 특히 가전·디지털 제품은 고가 상품이 많아 할인 폭이 클수록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쿠팡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도 고객들이 부담 없이 원하는 가전·디지털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쿠팡은 이번 쿠가세를 통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다시 뜨는 롯데쇼핑.."글로벌 진출로 이익 급증"
롯데쇼핑이 불확실한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9일 롯데쇼핑이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영업이익은 14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4568억 원으로, 1.6% 감소했지만 이익률 중심의 전략이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이끄는 '트랜스포메이션 2.0' 전략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결과다.김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유통군 전체의 체질 개선과 사업구조 혁신을 본격화하며, 중장기적으로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가동해왔다. 2022년부터 추진된 '트랜스포메이션 1.0'이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과 재무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 진행 중인 '트랜스포메이션 2.0'은 매출 성장과 이익률 개선의 동시 달성을 목표로 한다.김 부회장은 국내 사업의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업무별 사업기반 재구축과 수익성 개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매출과 이익의 동반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연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며 핵심 상권에서 리더십을 재확인했고, 타임빌라스 수원점의 리뉴얼로 쇼핑몰 경쟁력을 확장하고 있다.이번 1분기에도 백화점 부문은 매출이 80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4.3% 증가한 1300억 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중심의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고객 타깃 전략의 정교화와 상품 운영의 효율성 향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마트는 천호점 신규 오픈을 계기로 그로서리(식료품) 전문 매장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시에 신선식품 품질 개선과 상품 경쟁력 강화를 병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롯데온은 패션과 뷰티 중심의 커머스 역량을 강화하고, 콘텐츠 기반 커머스 브랜드 '월간롯데'에 이어 '엘타운'을 론칭해 그룹 유통 채널 간의 연결고리를 넓히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핵심 고객 타깃 중심의 마케팅과 콘텐츠 기반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롯데하이마트는 '플럭스(PLUX)'와 같은 신규 PB(자체 브랜드) 상품 출시,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해 오프라인 경쟁력을 회복해나가고 있다. 하이마트는 이번 분기 매출이 52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하면서 약 3년 7개월 만에 성장세로 전환했다.롯데쇼핑의 수익 개선에는 해외사업도 한몫했다. 특히 지난해 개장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1분기 총매출이 21.9% 성장하는 등 성공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처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의 입지 확장을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싱가포르의 '페어프라이스' 매장 내에 롯데마트 PB 상품을 취급하는 숍인숍 형태의 매장이 새롭게 오픈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PB 수출 확대 전략도 가동된다.김 부회장은 지난 3월 밀컨 인스티튜트 코리아 디너에서도 한국 유통업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유통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어려운 산업이지만, 한국 유통업체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미국 등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K푸드, K뷰티가 70억~1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수출 성과를 내는 등, 한국 유통업계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롯데쇼핑은 이번 1분기 실적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수익 중심의 경영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김상현 부회장이 주도하는 유통군의 변화는 단순한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 본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확장 전략의 동시 추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랜스포메이션 2.0'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며 롯데 유통군의 체질 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오렌지 값 폭등에 꼼수 부리는 음료업계... '함량 절반으로 줄이고 이름만 바꿔'
커피 원두와 코코아에 이어 오렌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음료업계가 심각한 원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는 당장 원료 함량 조절이나 생산량 축소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결국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오렌지 주스 농축액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파운드당 평균 5.09달러(약 7165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파운드당 2.82달러(약 3970원)까지 하락했으나, 2022년 평균 가격 1.75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61%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는 불과 2년 만에 오렌지 가격이 거의 두 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이러한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세계 주요 오렌지 생산국의 잇따른 작황 부진이다. 세계 2위 오렌지 생산국인 미국 플로리다 지역은 2022년 말 허리케인 '이언'과 극심한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2-2023 시즌 플로리다의 오렌지 생산량은 전년 대비 56% 감소한 1800만 박스에 그쳤다. 이는 1936-1937 시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세계 최대 오렌지 생산국인 브라질 역시 황룡병(HLB)이라는 치명적인 병충해와 극심한 가뭄, 대규모 화재 등 자연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브라질 오렌지주스산업협회(CitrusBR)에 따르면 2022-2023 시즌 브라질의 오렌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2억6700만 박스로 추정된다.이러한 글로벌 오렌지 수급 불안정은 국내 음료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오렌지 작황 부진 등 원료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음료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8% 감소한 1450억원에 그쳤다. 이는 주스 제품군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결과다.올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상 식품기업들은 수입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6개월에서 1년 단위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데, 지난해 고점을 찍었던 오렌지 가격의 여파가 현재 생산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렌지 관련 제품의 원가 압박 부담이 여전히 크다"며 "물류비, 포장재, 인건비 등 다른 비용 요인까지 고려하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이에 일부 기업들은 이미 가격 조정에 나섰다. 서울우유는 오렌지를 사용한 '아침에주스' 등 54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서울우유 측은 "오렌지과즙 원료가 20% 가까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카콜라음료도 5월부터 '미닛메이드' 350㎖ 페트 가격을 1900원에서 2000원으로 100원(5.3%) 올렸다.더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제품의 함량 조정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미닛메이드 오리지널은 2023년 12월 미닛메이드 에센셜로 변경되면서 과즙 함량이 82%에서 51%로 대폭 줄었고, 작년 12월에는 다시 미닛메이드 시그니처로 리뉴얼되면서 과즙 함량이 30%까지 감소했다. 불과 1년 사이에 과즙 함량이 82%에서 30%로 줄어든 셈이다.소비자들은 이러한 '슈링크플레이션'(제품의 양이나 품질은 줄이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올리는 현상)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예전에 비해 맛이 달라진 것 같아 성분표를 확인해보니 과즙 함량이 크게 줄었더라"며 "가격은 오히려 올랐는데 품질은 떨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지난해 말 고환율 상황까지 겹치면서 기업의 부담이 더 커졌다"며 "가격 인상은 소비자 이탈이라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원료 함량을 바꾸거나 다른 비용을 조정해 수익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업계 전문가들은 오렌지 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음료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오렌지 주스 제품의 가격 인상이나 함량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속도전 돌입.."산불 복구·관세 대응"
정부가 최근 처리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추경) 13조8000억원 가운데 12조원을 오는 7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은 산불 피해 복구부터 인공지능(AI) 산업 기반 강화, 소상공인 민생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긴급한 재정 지원이 필요한 현안에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집행 속도를 중시해, 가용 예산의 70% 이상을 불과 3개월 안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추경 집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추경은 지난 4월 21일 국회에 제출된 후 11일 만인 5월 1일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이는 최근 20년간 가장 빠른 추경 통과 사례로 기록됐다. 김 직무대행은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복귀 가능성과 인도-파키스탄 간 군사적 긴장, 내부적으로는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경제부총리까지 사퇴한 상황”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경제 리더십의 공백이 우려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예비비 1조4000억원, 지방채 인수 2000억원, 국고채 이자 상환 2000억원 등 특정 용도를 제외한 12조원을 실제 집행 대상 예산으로 설정하고, 이 가운데 8조4000억원을 3개월 내에 쓰기로 했다. 집행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우선 정부는 최근 잇따른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과 주민을 위한 복구 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중대본이 확정한 피해복구계획에 따라 재난지원금과 폐기물 처리 비용 등 5600억원은 5월 중 전액 교부되며, 주택 복구 자금으로는 244억원을 융자해 400호에 지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림헬기 6대를 신규 도입하기 위한 계약 절차도 8월 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대응 외에도 정부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인공지능 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한 투자도 본격화한다. 총 4조3000억원이 AI 관련 산업에 배정됐고, 이 중 1조7000억원은 ‘AI 컴퓨팅 자원 활용 기반 강화’ 사업에 투입된다. 해당 사업은 5월부터 사업자 공모를 시작해 7월까지 ‘월드 베스트 LLM 프로젝트’의 수행팀을 최종 선정하게 된다.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이 같은 조치는 세계적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민생 회복과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 지원도 추경의 또 다른 축이다. 특히 소상공인 300만명을 대상으로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부담경감 크레딧’ 사업이 포함돼 있다.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이나 보험료 납부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이 지원금은 7월부터 지급이 시작되어 연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상생페이백’ 사업(1조4000억원)과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보조금(4000억원) 등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한 직접적 지원도 빠르게 이뤄질 예정이다.수출 활성화를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수출 중소기업들을 위해 1786억원 규모의 수출바우처를 6월부터 지급하며, 5월 중에는 ‘관세 대응 저리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해 최대 4조원의 자금을 연내 공급할 방침이다. 이 밖에 철도·도로 유지보수 등 건설 경기 보강을 위한 민생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포함됐다. 총 3000억원이 배정된 이 사업은 7월까지 70% 이상 집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특화단지 전력 공급 인프라 구축을 위한 626억원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된다.정부는 이번 추경이 단기 경기 부양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정기적인 재정집행 점검회의를 열어 현장의 집행 실적을 밀착 관리하고, 절차 간소화와 사업 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김 직무대행은 “향후 3개월을 집중관리 기간으로 설정하고 경제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며 “경제팀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성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와 고위 경제관료 공백 등 불안 요소가 겹친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을 재정 중심으로 복원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다.
- 환율 1300원대로 급락..‘달러 눈사태’ 예고
최근 대만달러와 미국 달러 간 환율 급락 현상이 향후 몇 분기 내에 다른 아시아 통화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유라이즌 캐피털이 소유한 외환 중심의 소규모 헤지펀드인 유라이즌 SLJ의 스티븐 젠 CEO는 이를 예고하며, 대만달러/미국 달러 환율 급락이 아시아 통화 환율에서 추가적인 급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젠 CEO는 2009년까지 모건스탠리에서 통화 전략을 이끌었던 인물로, ‘달러 고평가론’의 대표적인 옹호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달러의 비선형적인 매도세가 투자자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대만달러와 미국 달러 환율의 급락이 그 단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젠 CEO는 이번 대만달러 급락 현상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아시아 지역의 다른 통화 급락을 예고하는 첫 번째 신호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실제로 대만달러와 미국 달러의 환율은 지난 2일과 5일 양일간 9% 급등한 후, 6일에는 3% 반락하는 등 매우 불안정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젠 CEO는 "이번 대만달러 급락 현상은 미국 달러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지속해온 사람들에게 커다란 경고를 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의 '섀도 리저브'(비공식 외환보유액)가 달러 약세 시 대규모로 빠져나갈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해왔으며, 이번 대만달러 환율 급락이 그 위험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젠 CEO는 "우리는 오랫동안 달러의 폭락 위험을 경고해왔다"며, 중국을 포함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미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그는 또한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달러 눈사태' 위험에 대해 경고하며, "이들 국가들이 거둔 무역흑자의 일부는 본국으로 송금되지 않고, 상당량이 미 달러로 보유되고 있다"며, 미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면 이들 자본이 시장에 유출되며 환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젠 CEO는 특히 "중국에서만 약 2조 5천억 달러 규모의 외환이 쌓여 있으며, 이 외환은 일종의 눈처럼 쌓여 있고, 그 외환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이와 같은 상황이 아시아 통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젠 CEO는 앞으로 몇 분기 내에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시아가 미국의 무역적자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통화의 조정이 미국 경제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미 달러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 국가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미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급격히 하락하며 1,300원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이는 미·중 간 무역 협상 기대감과 아시아 통화 강세가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1,398.0원으로 마감하며, 1,300원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최근 몇 달 간의 환율 변동을 고려할 때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환율 급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양국은 지난주부터 관세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에 따른 환율 변화가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된다.원화 강세는 대만달러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들의 강세와 함께 나타난 현상으로, 대만달러는 이달 들어 달러 대비 6% 이상 강세를 기록했다. 대만의 수출업체와 보험사들이 환 헤지를 위해 원화도 일부 매수하면서 원화 가치 상승을 이끌었다. 또한, 대만달러 급등이 아시아 통화 전반에 영향을 미쳤으며,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협상 진전 기대감이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하며 달러 약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통화 절상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대만과의 협상에서 통화 절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통화 절상 압박이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는 없다"며, 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미·중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화 강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협상이 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미·중 협상과 국내 정치 불안 등의 변수로 인해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이 향후 1,340원에서 1,46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는 외환정책과 자금 흐름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 작년보다 반토막 난 분양시장... 건설사들의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부동산 시장 전반을 덮치면서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과 일부 알짜 공공택지에는 청약자들이 몰려들지만, 그 외 지역은 미분양 사태를 겪으며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통해 청약을 진행한 민영 분양 아파트는 총 43개 단지, 1만8020가구에 불과했다. 공공과 임대를 포함해도 총 2만765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4만7399가구)과 비교하면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지방 미분양 증가와 건설경기 악화로 사업을 연기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더 충격적인 것은 줄어든 공급량에도 불구하고 청약 미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4개월간 청약을 진행한 전국 43개 단지 중 1순위에서 마감된 단지는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17곳에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21개 단지는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 사태를 빚었다.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51.62대 1을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보인 반면, 지방 아파트들은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이런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더해 예상치 못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분양 일정 조정에 고심하고 있다. 쌍용건설의 부산 '쌍용 더 플래티넘',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양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 등 여러 단지가 당초 5월 예정이던 분양을 6월 이후로 연기했다.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선거 기간에는 분양 홍보가 어렵고 청약 진행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5월 예정된 분양 물량 상당수가 6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7월 하순부터는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므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6~7월 내에 물량을 소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분양이 본격화해도 작년에 이어 분양 실적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총 25만 가구, 일반분양은 16만 가구였으나, 올해는 건설사들의 연초 계획 물량부터 작년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지방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분양 물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신축 물량 감소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와 가격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부동산인포 집계에 따르면 5월 분양 예정 단지는 총 28개로, 일반분양 기준 1만3853가구(전체 2만3804가구)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 예정되어 있다. 서울에서는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483가구), 구로구 '고척푸르지오힐스테이트'(576가구) 등이 청약을 앞두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화성 동탄2신도시의 민간참여 공공분양 단지들이 모델하우스를 오픈할 예정이다.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포스코이앤씨가 대구 수성구 범어동 옛 대구 MBC 부지에 공급하는 '어나드범어'로, 3.3㎡당 4000만~4500만원이라는 대구 역대 최고 분양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지방 고급 아파트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 K-뷰티의 자존심이 사모펀드 손에? 마녀공장 매각에 업계 충격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클린 뷰티'와 '비건 화장품'으로 입지를 다져온 코스메틱 브랜드 마녀공장(439090)이 사모펀드(PEF) 케이엘앤파트너스의 품에 안겼다. 이번 인수는 국내 중견 화장품 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녀공장의 최대주주였던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달 30일 코스닥 상장사 마녀공장의 지분 51.87%에 해당하는 주식 849만4598주를 케이뷰티홀딩스에 매각 완료했다. 케이뷰티홀딩스는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마녀공장 인수를 위해 특별히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이번 인수를 통해 마녀공장의 경영권을 확보했다.이번 거래에서 주당 매각가는 2만2367원으로 책정되어, 전체 인수 금액은 약 19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1월 3일 주식양수도계약(SPA)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1개월 평균 종가에 약 17%의 프리미엄을 추가한 가격이다. 이번 거래를 통해 마녀공장의 기업가치는 총 3700억 원으로 평가받았다.2012년에 설립된 마녀공장은 자연 유래 발효 추출물에서 찾은 미백 케어 기능성 제품으로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자연주의 기능성 화장품에서 클린 뷰티, 비건 화장품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특히 대표 브랜드인 '마녀공장'을 중심으로 '아워비건'과 같은 기초 화장품 브랜드와 향 특화 브랜드인 '바닐라부티크', 색조 화장품 브랜드 '노머시' 등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소비자층을 넓혀왔다.마녀공장은 2018년 엘앤피코스메틱에 인수된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며 2023년 6월에는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상장 당시 마녀공장은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로서의 차별화된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화장품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케이엘앤파트너스의 마녀공장 인수에 대해 "국내 중견 화장품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의 풍부한 자금력과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녀공장이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케이엘앤파트너스 관계자는 "마녀공장이 가진 클린 뷰티와 비건 화장품 분야의 전문성과 브랜드 파워를 높이 평가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마녀공장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더욱 안정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화장품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국내 중견 화장품 기업들의 경영권 변동과 투자 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화장품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투자가 K-뷰티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카네이션 값 너무 올랐네... 지갑 닫히고 꽃 시장은 텅 비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특수를 기대하던 꽃 시장이 예년과 달리 썰렁한 분위기 속에 시름하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더불어 카네이션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탓이다. 꽃을 사러 온 이들조차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다 발길을 돌리거나,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양의 꽃만 구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어버이날 전날인 지난 7일 오전 방문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은 명절 대목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90여 개 점포가 밀집한 이곳에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카네이션 바구니들은 주인을 기다리며 진열대를 지키고 있었다.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조용한 어버이날 대목은 처음"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30년 가까이 꽃 가게 일을 해온 A씨는 "원래 이맘때면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올해는 정말 사람이 없다"며 "경기가 어려운 건 알지만, 그래도 장사를 해야 하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10년 경력의 30대 상인 김모씨 역시 "보통 어버이날 전날이나 당일이 가장 바쁜데, 이번엔 전혀 다르다"며 "지난해만 해도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구해야 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너무 한산하다"고 전했다.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카네이션 가격 상승은 시장 침체를 더욱 부추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카네이션 평균 가격은 한 단에 789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13원)보다 약 15% 올랐다. 꽃값뿐만 아니라 인건비, 바구니 등 부자재 비용, 농자재 가격까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상인들은 가격을 내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다. 김씨는 "가격이 오르면 손님들이 덜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마진을 생각하면 가격을 내리기 어렵고, 대신 국내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카네이션을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효와 감사의 상징인 카네이션 대신 비교적 저렴한 다른 꽃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부모님께 드릴 꽃을 사러 온 이다현(26)씨는 "카네이션 바구니가 예상보다 비싸고 풍성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 꽃을 사고 카네이션 몇 송이만 꽂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5만원대 카네이션 바구니를 보던 그는 결국 거베라, 작약 등이 포함된 2만원대 작은 꽃다발을 선택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의 절화 거래량 순위에서 카네이션은 장미, 거베라, 국화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반면, 치솟는 꽃 가격 때문에 그나마 저렴한 양재 꽃 시장을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었다. 경기 하남에서 온 장모(34)씨는 "집 근처 소매점은 훨씬 비싸서 양재까지 왔다"며 "일반 꽃집에서는 풍성한 꽃다발을 사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강남, 일산, 남양주 등 먼 지역으로 배달 주문을 받는 한 상인은 "배송비를 합쳐도 여기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하다 보니 멀리서도 주문하는 손님들이 있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양재 꽃 시장이 가진 가격 경쟁력이 일부 수요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 ‘팀코리아’ 10조 원전 계약 앞두고 ‘스톱’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 계약이 체결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레 체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연기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이 최종 계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은 6일(현지시각) 체코에서 기자단과 만나 "같은 사안을 체코 반독점당국이 이미 두 차례 명확하게 기각한 바 있어, 본안 소송에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체코 정부도 이번 원전 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계약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막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 지연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프랑스전력공사(EDF)가 한수원의 수주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소송이 받아들여지면서 이뤄졌다. 브르노 지방법원은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간의 계약 체결을 잠정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계약이 체결될 경우, 프랑스 측이 승소하더라도 공공계약을 수주할 기회를 영구히 상실하게 될 수 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계약 체결은 본안 소송 종료 전까지 유보된다.체코 정부는 이미 한국과의 계약 체결 일정을 7일로 확정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고위급 대표단을 급파한 상태였다. 계약 서명이 임박한 상황에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정부 관계자들도 적잖이 당혹감을 표했다. 안 장관은 "계약을 공식적으로 체결하지 못했을 뿐, 업무협약 체결이나 체코 총리 및 국회 주요 인사들과의 회담 등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 장관은 "EDF의 소송이 법적 절차상 제기될 수는 있으나, 체코 반독점당국(UOHS)도 이미 같은 사안을 두 차례나 기각한 바 있어 법원의 본안 판결 역시 큰 문제 없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국가적 사업의 경우 지연 자체가 커다란 손실이 되기 때문에 체코 정부가 지연을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정부와 한수원의 대응이 안일했던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체코 정부 역시 법원 판결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하며, 당초 법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하에 계약 일정을 확정하고 우리 측을 초청한 것"이라며 "현지 사정에 따라 소통하며 진행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체코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었던 계약 체결식은 무산됐지만, 한국 정부와 체코 정부 간 경제협력 논의는 계속 진행된다. 안 장관은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다시 한번 증명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체코 측과 긴밀히 협의해 계약이 신속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사장도 이번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EDF의 소송이 가처분 단계에서 받아들여졌지만, 한수원이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약 7000맨데이(man-day)의 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 단계에 도달했다"며 "체코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CEZ 측과 함께 7일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송과 계약 지연 배경,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태가 체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법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황 사장은 특히 “우리 측은 100명씩 동시에 투입되어 약 70일간 집중적으로 협상해 왔고, 체코 측 인력도 60명이 한국을 방문해 협의에 참여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원전 기술력과 협상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이 발생해 유감이지만,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대응해 반드시 계약을 성사시키겠다"고 덧붙였다.체코전력공사(CEZ)는 7일 구체적인 법적 대응 계획과 향후 일정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가처분 결정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최종 계약 체결까지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체코 원전 수출은 한국의 차세대 원전 수출 전략의 핵심으로, 계약 성사가 국내 원전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적지 않은 만큼 정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