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경자와 김환기, LA로 날아가다! 한국미술 거장들의 특별한 만남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백들의 작품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선보인다. 대한민국예술원은 오는 4월 10일부터 5월 15일까지 LA 한국문화원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대한민국예술원 LA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며, 미술 애호가들과 교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이번 특별전은 한국미술의 정통성을 이어온 원로 작가들과 한국근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고 화백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전시에는 이종상, 홍석창, 이철주 등 한국화 작가들과 윤명로, 유희영, 박광진, 김숙진, 정상화, 김형대 등 서양화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된다. 또한, 전뢰진, 최종태, 엄태정, 최의순 등 조각 분야, 이신자, 강찬균, 조정현 등 공예 분야, 윤승중 건축가의 작품까지 총 17명의 예술원 미술 분과 회원들이 참여한다.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고 화백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천경자와 서세옥의 한국화, 김환기의 서양화는 한국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돌아보게 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과 변화 과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대한민국예술원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 미술가들의 작품이 LA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술 각 분야에서 한국미술의 정통성을 이어오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추구해온 작가들의 열정이 현지 미술 애호가들과 교민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번 특별전이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김환기의 작품 '무제'를 비롯해 다양한 한국미술의 걸작들은 LA 현지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천경자의 작품은 한국화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김환기의 추상화는 한국미술의 세계적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대한민국예술원은 1954년 개원 이래 한국 예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미술 분과 회원들은 1979년부터 매년 회원작품전을 개최하며, 한국미술의 정수를 소개해왔다. 2017년부터는 재외 한국문화원 특별전을 열어 해외에서도 한국 현대미술의 원류를 알리고 있다.이번 LA 특별전은 이러한 예술원의 노력과 미술 분과의 활동이 결실을 맺는 자리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조명한다. 전시는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며, 지역 미술 애호가들과 교민들에게 한국미술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뜻깊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광복 8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한국미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한국미술의 정통성과 독창성을 세계에 알리고, LA 현지에서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한국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남긴 작품과 그들의 열정은 LA에서 새로운 빛을 발하며, 한국미술의 세계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4월 10일부터 5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한국미술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호암미술관, 겸재 정선의 대작 대공개
조선 회화의 거장 겸재 정선(1676~1759)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4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협력하여 개최되며, 2025년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과 2026년 정선 탄생 3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로, 국내 최초로 최대 규모의 겸재 정선 전시가 될 것이다.전시에는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문화재단뿐만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8곳의 기관과 개인이 소장한 총 165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 작품들 중에는 국보 2점, 보물 7점, 부산시 유형문화재 1점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정선의 대표작인 '인왕제색도'를 포함한 8점의 작품이 최초로 한 자리에 모여 주목을 끈다. 또한, 이 전시는 2027년까지 해외로 순회 전시가 예정되어 있어, 한국에서의 기회가 더욱 특별하다.겸재 정선은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화가로, '진경산수화'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선 후기 미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사실적인 경관을 그린 작품들을 통해 당시 조선 사회의 자연과 문화적 변화를 반영했다. 정선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당시의 문인화적 요소와 전통적인 미학을 결합하여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정선의 예술 세계를 두 개의 부문으로 나누어 다룬다. 첫 번째 부문인 ‘진경에 거닐다’에서는 정선의 대표적인 진경산수화 작품들을 중심으로, 금강산, 한양 일대, 개성, 포항 등 다양한 지역의 명승지를 그린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 부문에서는 정선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사실적으로 담아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두 번째 부문인 ‘문인화가의 이상’에서는 진경산수화 외에도 정선의 문인화, 화조화 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부문에서는 정선이 보여준 문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그의 예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살펴볼 수 있다.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정선의 작품을 통해 조선 후기 미술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이번 전시가 "정선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또한, 전시와 연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특히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큐레이터 토크는 정선의 작품 세계와 이 전시의 기획 의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술사학자 이태호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될 이 토크는 4월 9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열리며, 미술을 좋아하는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다.한편, 이번 전시는 호암미술관에서 시작한 후, 2026년에는 대구간송미술관으로 이어져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관람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관람객 편의를 위해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된다. 셔틀버스는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2회 운행되며,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겸재 정선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한국 회화의 거장인 정선의 예술 세계를 널리 알리고, 그의 작품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 '동갑내기 피아니스트' 세계 무대 석권..김세현 1위 이효 3위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세현(18)과 이효(18)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5 롱 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피아노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 김세현은 한국인 최초로 2001년에 우승한 임동혁, 2022년 공동 우승한 이혁에 이어 세 번째로 우승을 차지한 한국 피아니스트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이효는 피아니스트 이혁의 동생으로 함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앞으로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에 초대되며, 한국 클래식 음악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김세현은 30일 프랑스 파리 오페라 코미크 국립 극장에서 열린 결선에서 프랑스 공화국 근위대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며 1위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번 롱 티보 콩쿠르에서는 2위를 선정하지 않았으며, 3위에는 한국의 이효가 이름을 올렸다. 또한, 공동 4위에는 일본의 캄바라 마사하루와 중국의 마 티안쿤이 선정되었고, 5위는 캐나다의 에릭 궈가 차지했다. 김세현은 우승 상금으로 3만5000유로(약 5600만 원)를 받았다. 수상자들은 몬테카를로 오페라 극장, 베르사유 왕실 오페라 극장, 리옹 쇼팽 협회 등 세계적인 음악 축제에 초대될 예정이다. 김세현은 201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후, 2019년 영 차이콥스키 국제 온라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23년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 청소년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국제 무대에서의 실력을 입증했다. 현재 김세현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5년 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이수 중이며, 당 타이 손과 백혜선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그의 뛰어난 기량과 성실한 노력은 앞으로의 경로에서도 많은 기대를 모은다.김세현의 동료이자, 형제 피아니스트인 이효는 3위에 오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효는 201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뮤지컬 다이아몬드’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1위와 바이올린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연주자다. 그는 2022년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이혁의 동생으로, 형제 피아니스트로서 국제 무대에서 함께 활약하고 있다. 현재 이효는 프랑스로 이주해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밟고 있으며, 음악적 성장과 더불어 형제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롱 티보 국제 콩쿠르는 1943년 창설된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으로 나뉘어 매 1~3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적인 콩쿠르이다. 이 대회는 16세에서 33세 이하의 젊은 음악가들이 참가하는 행사로, 피아니스트 삼손 프랑수아, 파울 바두라스코다, 미셸 오클레르 등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이 콩쿠르에서 입상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2001년 임동혁이 최초로 1위를 차지한 이후, 2022년 이혁이 공동 우승을 거두며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대회는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 중 하나로, 수상자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와 공연에 초대되는 기회를 얻는다.김세현과 이효의 이번 성과는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세현은 1위로서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으며, 이효는 형과 함께 형제 피아니스트 듀오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확립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연주자들이지만, 모두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갖추고 있으며, 그들의 미래는 더 밝고 다양한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한국 피아노와 클래식 음악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 통영국제음악제, 임윤찬 개막 공연.."봄 물들인다"
통영국제음악제가 28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개막 공연으로 2025년 음악제를 시작하며, 10일간의 향연이 펼쳐진다. 올해의 음악제 주제는 ‘내면으로의 여행’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세계적 음악가들이 통영국제음악당에 모여 공연을 선보인다. 이 음악제는 4월 6일까지 이어지며,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개막 공연은 상주 연주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파비앵 가벨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시작된다. 이날 공연에서는 윤이상의 서곡을 시작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이 연주된다. 임윤찬은 30일에는 리사이틀도 진행한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작곡가 이하느리의 신작과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여 관객들에게 깊이 있는 클래식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또 다른 상주 연주자인 스페인 출신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는 29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그는 프랑스 작곡가 앙리 뒤티외의 ‘첼로 협주곡: 아득히 먼 나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 그리고 라벨의 ‘거울’ 중 제3곡인 ‘바다 위의 조각배’를 연주한다. 이 공연은 스페인과 프랑스 음악의 미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르네 야콥스가 지휘하는 비록 오케스트라는 2일 헨델의 오라토리오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를 공연한다. 이 무대는 고전 음악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 소프라노 임선혜, 카테리나 카스페로, 카운터테너 폴 피기에, 테너 토마스 워커 등 세계적 수준의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그들의 공연은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통해 고음악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예정이다. 또한, 통영 출신 작곡가 윤이상의 타계 30주기를 기념하는 특별 무대도 마련된다. 29일에는 윤이상의 ‘협주적 단편’과 ‘밤이여 나뉘어라’가 연주되며, 그의 제자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호소카와 도시오의 ‘드로잉’, 황룽 판의 ‘원인과 결과’, 백병동의 ‘인간이고 싶은 아다지오’ 등이 이 무대에서 연주된다. 이 공연은 대만의 웨이우잉 현대음악 앙상블이 맡는다. 윤이상과 그의 제자들이 남긴 음악 세계를 재조명하는 이번 무대는 한국 음악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피에르 불레즈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공연도 준비된다. 5일,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인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이 불레즈의 주요 작품인 ‘삽입절에’를 공연하며, 불레즈의 음악적 유산을 기린다. 불레즈의 혁신적인 음악은 현대음악의 중요한 이정표로, 그의 작품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은 음악제의 중요한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음악제에는 이자람, 선우예권, 황수미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도 참여한다. 이자람은 한국 전통 음악을 현대적인 해석으로 풀어내어 통영을 찾고, 선우예권은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또한,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 일리야 그린골츠, 조지아의 자먼, 테너 마일스 뮈카넨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특히,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KBS교향악단의 공연도 관객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준다.음악제는 4월 6일 성시연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날 공연에서는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이 연주되며, 전쟁과 평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이 작품은 음악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통영국제음악제는 해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저변을 넓히고 있으며, 올해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내면으로의 여행’이라는 주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심오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이중섭의 연애편지부터 박서보의 묘법까지…수채화의 재발견
펜촉이 종이 위를 스치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려낸다. 붓은 거침없이 물줄기를 쏟아내며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1941년, 스물다섯 청년 이중섭이 사랑하는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 속에는 설렘과 그리움이 가득하다.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한국 근현대 수채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수채: 물을 그리다'는 이중섭의 엽서화 18점을 포함, 구본웅, 곽인식, 류인, 박서보, 박수근, 이두식, 이인성, 장욱진 등 34명 화가들의 수채화 10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채화'만을 주제로 전시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는 작품만 23점에 달합니다." 전시를 기획한 정재임 학예사는 그동안 수채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이인성과 같이 유화뿐 아니라 수채화에서도 독보적인 경지를 보여준 작가들의 작품조차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수채화는 1884년 '한성순보'에 '수화(水畵)'라는 명칭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1911년 '매일신보'에는 일본 화가 야마모토 바이카이가 연필화, 수채화, 유화 등을 가르친다는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이처럼 수채화는 한국 근대 서양화 도입 초기에 화가들이 서양화 기법을 익히고 실제 풍경과 정물을 묘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물과 안료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지만, 물의 농도와 붓의 터치에 따라 섬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결코 쉽지 않은 장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채화는 오랫동안 유화에 비해 '습작' 혹은 '아이들 그림' 정도로 치부되며 예술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이번 전시는 이러한 편견을 깨고,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수채화가 차지하는 중요한 위상을 재조명한다. 전시된 작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32년에 제작된 서동진의 '뒷골목'이다. 대구 수채화단의 선구자인 서동진은 20세기 초 대구를 중심으로 수채화 운동을 이끌었으며, 이인성, 서진달 등 후배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서동진의 가르침을 받은 이인성의 '계산동 성당'(1930년대)은 수채화의 예술적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1902년 영남 지역 최초의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계산동 성당은 현재까지도 대구 서성로에 남아 있으며, 이인성은 섬세한 붓 터치와 투명한 색감으로 성당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담아냈다.장욱진의 '마을'은 작가 특유의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화풍을 보여준다. 집집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따뜻한 공동체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박수근의 '세 사람'에서는 작가 특유의 거친 질감과 단순화된 형태를 통해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다.조각가로 잘 알려진 류인은 수채화에서도 대담한 화면 구성과 거친 붓질을 선보이며,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유화 '축제' 시리즈로 유명한 이두식은 수채화 '생의 기원'에서 돌과 나뭇잎 등 자연물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 인체를 숨겨놓는 초현실적인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곽인식은 꽃잎처럼 겹쳐지는 반투명한 작은 타원들을 통해 화면 전체를 꽉 채우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박서보는 검은 물감에 흠뻑 적신 닥지를 손으로 밀고 나가며 우연적인 흔적을 남기는 중기 '묘법'을 선보이며, 추상 수채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수채화는 불투명하게 섞이지 않고, 각자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룹니다. 이러한 포용과 어울림의 속성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수채: 물을 그리다' 展은 단순한 미술 작품 전시를 넘어,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숨겨진 보석들을 재발견하고, 수채화라는 매체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성인 2000원이다.
- 조선 왕실이 500년간 숨겨온 '장의 비밀'... 단 하루 특별 공개된다
국가유산청은 오늘(27일) 다음 달 4일 경복궁 장고와 생과방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2023년 12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공식 등재된 것을 기념하고,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장 담그기 문화의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특별히 마련됐다.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평소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던 경복궁 장고의 특별 개방이다. 장고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장을 보관하던 전통 공간으로, 이번 개방을 통해 관람객들은 궁중에서 사용하던 다양한 형태의 장독과 전통 장 식재료, 장 담그기에 사용되었던 고유의 도구들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게 된다. 전시에는 조선시대 궁중 장 담그기 문화를 재현한 시각 자료와 함께 장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설명하는 해설도 제공될 예정이다.또한 경복궁 내 생과방에서는 한국의 전통 장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국가 지정 식품 명인들이 직접 제조한 전통 방식의 간장, 된장, 고추장 등 다양한 장류를 시식해볼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쌈장이나 초고추장 등 응용 장류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활동도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명인들로부터 장 담그기의 비법과 장을 활용한 전통 요리법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 한국 전통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단순한 식품 제조 방법을 넘어 자연과의 조화, 나눔과 공동체 정신이 담긴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우리 장 문화의 우수성과 가치를 재발견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전통 식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경복궁 장고에서의 전시는 경복궁 관람객 누구나 별도의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으며, 생과방에서 진행되는 장 만들기 체험은 인원 제한으로 인해 네이버 예약 페이지를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체험 프로그램은 회당 20명 내외로 제한되며, 참가비는 무료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뮤지컬 '적벽', 환상적 콜라보로 20대 관객 사로잡아
국립정동극장의 판소리 뮤지컬 ‘적벽’이 3월 13일 성공적으로 개막했다. 이 공연은 한국 고전문학인 판소리 ‘적벽가’의 이야기 흐름을 기반으로, 판소리와 현대무용을 결합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고전 ‘삼국지’ 속 가장 유명한 전투인 ‘적벽대전’을 소재로 하여 3세기 한나라 말엽의 위‧한‧오나라가 치열하게 벌인 세력 다툼을 박진감 넘치는 장면 연출과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판소리의 깊이를 현대적인 무대 연출과 결합하여, 한국 고전의 매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인다.‘적벽’은 그동안 공연의 상징인 부채 이미지와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를 관객들이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공연 팬들은 팬아트 공모전을 통해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수상작을 공연과 함께 홍보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이는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깊은 애정과 참여를 이끌어낸 결과였다. 이처럼 ‘적벽’은 전통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팬덤 문화를 만들어왔고, 그로 인해 작품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이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추임새 소리다. 일반적으로 공연 중에는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통념을 깨고, ‘적벽’은 관객들이 추임새를 자유롭게 넣는 것을 장려한다. 이는 공연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며, 관객들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국립정동극장은 SNS를 통해 추임새를 넣으며 공연을 즐기는 팁을 영상으로 소개, 관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관객들은 이로 인해 공연과 하나 되어 작품을 더 깊이 체험하게 된다. ‘적벽’은 관객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공연으로, 공연이 끝난 후 특별한 이벤트인 ‘싱어롱 데이’를 준비했다. 4월 2일과 4월 3일에 한정하여 진행되는 이 이벤트는 커튼콜 종료 후 배우와 관객이 함께 ‘도원결의’ 넘버를 부르는 행사다. 당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는 붉은색 핑거 라이트가 제공되며, 관객들은 배우들과 함께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도원결의’를 따라 부르며 마치 콘서트에 온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참여형 이벤트는 관객들에게 공연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하고, 공연 후에도 그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해준다.국립정동극장의 정성숙 대표이사는 “‘적벽’은 2025년 개관 30주년 기념의 해를 맞이하여 극장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이라며, “이번 공연은 ‘적벽’이 앞으로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으며, 음악, 무대, 의상, 영상, 춤 등 많은 요소를 리뉴얼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연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함께, ‘적벽’이 앞으로 더 넓은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쓸 계획임을 시사한다.‘적벽’은 삼국지의 가장 유명한 전투인 ‘적벽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전투는 위나라의 조조가 한나라를 통일하기 위해 남하하면서, 오나라의 손권과 조조의 군대가 대치한 사건을 그린다. 무대에서는 전쟁의 치열함과 복잡한 정치적 관계를 다채롭게 묘사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겪는 내적 갈등과 외적 전투가 중심 이야기로 펼쳐진다. 특히, 이 작품은 판소리의 요소를 접목시켜 그 당시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강조하며,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과 현대적인 무대 디자인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무대를 선보인다.관객들의 후기에 따르면, ‘적벽’은 그 독창적인 무대와 몰입도 높은 음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판소리의 깊이가 잘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팬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공연 문화도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젊은 관객들이 판소리를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적벽’은 4월 20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되며, 전통 공연의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적벽’은 고전적인 한국 문학과 현대적인 공연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 웹툰 작가가 폭로한 2000년대 '오글거리는' 청춘의 비밀
싸이월드에 올린 감성 글귀, 눈물 셀카, 그리고 나름 멋을 부렸던 그 시절 패션들. 짧은 사랑에 울고 우정에 고민하던 그 시절은 지금 돌아보면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흑역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속에는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다.tvN 드라마 '그놈은 흑염룡'의 원작 웹툰 작가 혜진양(본명 허혜진)은 "미숙했지만 최선을 다한 경험을 '흑역사'로만 치부하는 건 과거의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흑역사를 소재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상황과 감정에 더 충실했을수록 '흑역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기억되는 것이 아이러니했다"고 말했다.'그놈은 흑염룡'은 게임을 통해 만난 고3 백수정과 중3 흑염룡이 성인이 되어 재회하는 이야기다. 자물쇠 목걸이를 한 중학생 흑염룡이 수정에게 열쇠를 건네며 "봉인을 풀어달라"고 하는 장면은 '흑역사' 그 자체를 보여주는 웹툰 초반의 백미다. 작가는 "혜화역 앞에서 어린 염룡이가 수정이에게 열쇠를 주는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회상했다.이 웹툰은 현재 문가영과 최현욱 주연의 tvN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혜진양 작가는 "대본을 읽었을 때 웹툰 속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며 특히 아역 문우진 배우가 연기한 어린 염룡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웹툰과 드라마는 캐릭터와 설정은 같지만 시대적 배경이 다르다. 드라마는 직장인이 된 둘의 재회를 그리지만, 웹툰은 2000년대 중반 대학가 자취방에서 만난 둘의 모습을 담았다. 작가는 200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이 없던 시절, 솔직한 표현을 '오그라든다'고 치부하지 않던 시절이 둘의 감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웹툰 속 2000년대 특유의 감성과 게임, 오프라인 모임 등은 작가와 주변인들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는 인터넷 모임의 '정모'를 자주 나갔고, 그때 만난 좋은 사람들과 아직도 연락하는 친구들이 20명이 넘는다고 했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 작가 대신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 '쪼설'이 게임 장면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혜진양 작가는 '그놈은 흑염룡' 이전에도 '미호이야기', '한줌물망초', '녹두전' 등 동양풍 웹툰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해왔다. 현재 임신 중인 작가는 데뷔 후 처음으로 안식년을 갖게 되었으며, 건강하게 출산한 후 2026년 중에 차기작을 연재할 예정이다. 차기작은 사극이며,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뉴진스, 무라카미 다카시 MLB 굿즈 '착샷' 공개..단순 선물? 아니면..
독자 행보를 선언하며 팀명을 엔제이지(NJZ)로 변경한 뉴진스가 세계적인 팝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와 다시 한번 협업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뉴진스는 21일, 자체 개설한 인스타그램 계정(@njz_official)에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여러 장 게시했다. 유니폼에는 각각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와 댄스비 스완슨(컵스) 선수의 번호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이 유니폼은 지난 18~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 다저스-컵스 전을 기념하여 무라카미 다카시가 특별 제작한 한정판 굿즈다. 무라카미 다카시 특유의 꽃무늬 디자인이 유니폼 곳곳에 새겨져 있으며, 개막전 당시 그가 직접 착용하고 시구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무라카미 다카시는 뉴진스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뉴진스의 일본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의 앨범, 뮤직비디오, 굿즈 제작에 참여했다. 또한, 같은 해 6월 도쿄돔에서 개최된 뉴진스 팬미팅 '버니즈 캠프'를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이러한 배경 때문에 무라카미 다카시가 단순한 팬심으로 선물을 보냈을 가능성도 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선물을 넘어선 또 다른 협업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선물을 받은 경우, 선물 제공자의 계정을 태그하고 감사 인사를 남기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뉴진스는 이번 게시물에 "고 고, 레츠 고"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만 남겨 궁금증을 자아냈다.최근 뉴진스는 해당 계정을 통해 새로운 굿즈를 암시하는 사진을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멤버 개인 명의로 지난달 6일 엔제이지(NJZ) 상표권을 출원한 사실도 알려졌다. 21일부터 열리는 국제 뮤직 페스티벌 '컴플렉스콘 홍콩'에 엔제이지 부스가 별도로 마련되는 만큼, 새로운 굿즈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진스는 23일 컴플렉스콘 홍콩 마지막 날 공연에 출연하여 엔제이지 팀명으로 첫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다.한편, 어도어가 엔제이지의 독자 활동을 막기 위해 제기한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홍콩 공연 이후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미 공연 티켓이 매진된 상황에서 법원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공연이 끝난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잠들면 아이들이 죽는다'... 이틀 밤 새워 300명 구한 위조범
1944년 프랑스 파리의 좁은 다락방. 19살의 아돌포 카민스키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잠을 쫓았다. 그의 손끝에서는 유대인 어린이 300명의 생명을 구할 위조 신분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사흘 안에 900장이 넘는 출생신고서, 세례 증명서, 식량 배급 카드와 어른들의 신분증을 완성해야 했다. 하루 50개도 버거운 작업량이었지만, 아이들의 목숨이 달린 일 앞에 선택지는 없었다.이틀 밤을 새우며 작업하던 중 그는 탈진해 쓰러졌지만, 의식을 되찾자마자 다시 작업대로 돌아갔다. 결국 그가 완성한 위조 서류들 덕분에 유대인 어린이들은 나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카민스키의 딸 사라가 쓴 '어느 레지스탕스 위조범의 생애'는 이런 아버지의 놀라운 일생을 기록한 책이다. 1925년 아르헨티나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가정에 태어난 카민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서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그의 가족은 러시아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추방되어 아르헨티나로 떠났다가, 1930년대 초반에야 프랑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5살 어린 나이에 그는 한 장의 서류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현실을 목격했다.초등학교만 졸업한 카민스키는 13살부터 세탁·염색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 이때 배운 염색과 탈색 기술이 훗날 그의 위조 작업에 결정적인 밑바탕이 되었다. 1943년, 그의 가족은 수용소로 끌려갔다가 아르헨티나 영사의 청원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친구들은 모두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사실에 깊은 죄책감을 느낀 카민스키는 레지스탕스의 부탁으로 위조 신분증 제작을 시작했다.그는 여권, 신분증, 결혼증명서 등 나치의 추적을 피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위조했다. 그의 기술은 레지스탕스 네트워크에서 소문이 퍼져 주문이 쇄도했고, 그는 개인적인 삶과 꿈을 포기한 채 오직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만 전념했다.놀라운 점은 카민스키의 위조 작업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30년 가까이 계속됐다는 사실이다. 팔레스타인에 새 조국을 건설하려던 유대인, 프랑스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알제리인, 베트남 전쟁에서 탈영한 미군 병사, 남미의 정치적 망명자 등 1만여 명이 그의 위조 여권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이 모든 일을 무보수로 했으며,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카민스키에게 위조 작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저항의 수단이었다. 그는 "위조범으로서 내 삶은 끝없는 저항의 연속이었다. 나치즘이 패퇴한 후에도 나는 불평등, 분리 정책, 인종 차별, 불의, 파시즘, 독재에 저항해 왔다"고 말했다. 그에게 위조는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무기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헌신이었다."더 나은 세상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믿었기에 가능한 한 힘을 보탰던 것이다. 그러한 세상이 오면 더 이상 위조범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카민스키의 이 말은 그가 꿈꾸던 세상,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특별한 기술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선물했고,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 인류애의 등불을 밝혔다.